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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코미디

C1620) 로젠크란츠와 길덴스턴은 죽었다 (Rosencrantz & Guildenstern Are Dead, 1990) - 재고 없음

by 비디오수집가 2021. 8.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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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젠크란츠와 길덴스턴은 죽었다

(Rosencrantz & Guildenstern Are Dead, 1990)

 

  

  1.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영화이며, '셰익스피어 인 러브 (Shakespeare In Love, 1998)'로 잘 알려진 톰 스토파드 감독의 작품인데, 만약 셰익스피어가 지금까지 살아있었다면 그의 작품들을 가장 인상깊게 보지 않았을까 싶다. '햄릿'의 이야기를 변형한 이 흥미로운 작품은, 햄릿의 학교 친구인 로젠크란츠와 길덴스틴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햄릿이 근심하는 것에 대해 함께 근심하고 더 나아가 왕명을 받들어 그 이유를 파헤치고자 하는 모습 등을 그리고 있다.

  2. 연극에 기초한 작품답게 연극적인 세팅과 주인공들의 동선이 우선 눈길을 사로잡는다. 마치 셰익스피어 희곡만 무대에 올리는 유랑 극단이 안방으로 찾아온 느낌이다. 영화는 극 안에 연극 무대를 따로 꾸며 교묘한 스토리텔링을 선보이는데, 권력과 부조리에 대한 냉소가 돋보이는 부분이기도 하다. 로젠크란츠와 길덴스틴 역을 맡은 두 명의 배우들(게리 올드만과 팀 로쓰) 또한 흥미롭다. 순전히 연기만으로 극의 초중반을 이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들의 연기에 힘을 실어준 것은 아무래도 재치가 넘치는 대사인데, 대사들만 따로 뽑아 줄줄이 노트에 적어놓고 싶을 정도로 '로젠크란츠와 길덴스틴은 죽었다'의 대사들은 예리하고, 웃기고, 연속적인 사유까지 낳는다. 이처럼 영화는 딱딱한 구도와 전개 안에서도 시종일관 '유머'를 잃지 않기 위해 애쓰는데, 진정한 감동이란 곧 비극과 희극이 동전의 양면처럼 맞닿아 있는 지점에서 전달되기에 영화 속의 '유머'가 상당히 값지다고 생각한다.

  3. 사실 영화로 보든, 연극으로 보든 '햄릿'을 보면 도대체 로젠크란츠와 길덴스틴이 누구지?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들은 변방의 인물들이다. 세기의 고전 '햄릿'이라는 작품에서 고뇌하는 캐릭터 '햄릿'이 우리의 머릿속에 굳건하게 자리잡고 있기 때문에, 로젠크란츠와 길덴스틴은 어쩌면 더 빛이 나는지도 모르겠다. 왜냐하면 이 변방의 인물들이 제목에서처럼 '죽었다'로 표현되면서, 지독한 권력 싸움과 주인공의 고뇌를 통해 야기되는 부조리함을 역설하기 때문이다. 바로 톰 스토파드 감독이 공을 들여 만든 변형극이 갖는 힘이자, 역사를 소수의 입장을 통해 다르게, 더 정당하게 바라보겠다는 의지인 셈이다.   

  4. 셰익스피어의 팬, 특히 '햄릿'의 팬이라면 이 영화가 '햄릿'의 요소들을 어떤 식으로 비틀었는지 발견하는 재미도 클 것이다. 햄릿보다 더 우유부단하게 행동하는 두 명의 주인공들 자체가 우선 가장 큰 매력이다. 이들의 수동적인, 갈팡질팡하는 모습들은 엘리자베스 시대의 신분과 계급에 대해서 재고해보도록 한다. 말많은 주인공들의 겉만 번지르르한 대사 속에는 오히려 이들의 솔직한 내면이 숨겨져 있다. 햄릿이 혼자서 멋있는 척, 주인공인 척 다 하고 있을 때, 가장 충실한 모습으로 '고민'하는 이들이 바로 로젠크란츠와 길덴스틴이다.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같은 고민에 맞서서 쿨하게 죽음을 고민하지 않는 이들이 바로 로젠크란츠와 길덴스틴이다. 수많은 세월 거치면서, 수많은 역사 속에서 '나'는 분명 이러한 친구들을 여러 번 만나지 않았던가. 이들은 지금 어디에 있나? '나'라는 존재의 완성을 위해 이들은 모두 잠들어 있지는 않은가? 곱씹을 수록 우러남이 짙은 영화 '로젠크란츠와 길덴스틴은 죽었다'를 통해 진정한 '나'의 역사를 꼭 발견할 수 있기를 권한다.

  5. 베니스 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하였으며, 리처드 드레이퓌스가 남자 연기상을 수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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