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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드라마

D473) 거짓말 (Lies, 1999) - 재고 없음

by 비디오수집가 2020. 12.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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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 (Lies, 1999)

 

   

  아는 사람들은 다 아는 장선우 감독의 문제작. 내용은 중년 조각가와 10대 여고생의 S 다이어리 정도로 요약해 볼 수 있겠다. 기특한 점은 등장인물의 이니셜 사용이다. 90년대 말이면 막 PC의 보급으로 인터넷이 발달하고 휴대폰이 보급됐을 때인데, 그런 시점에서 'Y', 'J' 같은 이니셜이 등장하니까(대표적인 소설 기법) 뭔가 세기말적인 느낌이며, 두 주인공의 익명성 및 깊이 없는 관계, 개인화 등 여러가지 느낌을 담아낼 수 있어서 좋았다. 또한 영화는 다큐멘터리처럼 날것의 화면에 흔들림이 많은데, 이러한 느낌이 오히려 현대 사회의 기형적인 관계를 설명하는데 적합한 느낌이다. 누벨버그 식의 챕터 나누기와 장선우 감독이 좋아하는 구구절절 설명 자막은 그만의 스타일처럼 굳어진 느낌이랄까?

  가장 흥미롭고 논쟁적인 부분은 배우의 인터뷰가 초반에 섞이면서 이 영화가 정말 극 영화와 다큐멘터리의 경계 영화처럼 되어버렸다는 점이다. 영화가 이런 식으로 가게 되면, 보는 사람 입장에서 몰입이 떨어질 수 있지만, 동시에 까놓고 연기하는 두 배우를 보며 감독의 취향이 저런가? 하는 생각까지 들며 매우 불쾌해진다. 왜 굳이 저런 노출과 저런 SM 연기를? 이 또한 자본주의 사회의 폐해처럼 느껴지는 거창한 생각이 들며, 마지막에 '거짓말'이라는 내뱉는 남자를 보며 어딘가 속은 느낌까지 든다.

  [초록창 줄거리] 제이, 나이는 서른 여덟. 전에는 꽤 잘 나가던 조각가였고, 지금도 조각가지만 작품엔 손을 안대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와이, 시골 중소도시에 살고 고교 3학년, 열여덟살. 와이가 제이를 알게된 건 순전히 친구, 우리 때문이다. 공부도 잘하던 우리는 갑자기 공부가 하기 싫어졌다더니 제이의 작품집을 가방에 넣고 다니며 하루종일 그것만은 들여다본다. 그것을 딱하게 본 와이는 제이에게 직접 전화를 걸기로 마음먹는다. 제이에게 전화에서 우리를 소개시켜주려고. 와이는 그러나 전화를 통해 제이의 목소리를 듣는 동안 그 목소리가 근사해서 그만 정신없이 빠져들게 되고. 와이와 제이는 한달 간의 폰섹스로 이어지고 졸업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채, 와이는 제이를 만나기로 결심한다. 첫 번째 만남, 어색함도 잠시, 오랫동안 알고 지내왔던 것처럼 이들의 만남은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이들의 사랑은 더욱 더 강렬해져 간다. 두 번째 만남, 그들은 복도문과 방문 사이 어두컴컴한 공간에 서서 혀가 빠지도록 입맞춤을 한다. 서로의 몸을 강렬하게 부딪히는 두사람. 제이는 찰싹 찰싹 엉덩이를 때리기 시작한다. 아내와도 처음엔 그렇게 시작되었다. 무의식 중에 장난으로 엉덩이를 토닥거리던 것이 나중엔 겉잡을 수 없는 폭력으로 변했던 것이다. 조각을 하던 아내가 파리로 떠나간 건 그 무렵이었다. 세 번째 만남 또는 네 번째, 방안에 들어서는 와이, 제이 몹시 흥분해서 옷을 경쟁하듯 훌훌 벗어던진다. 몇번의 절정, 그리고 저녁 먹고 또. 이들은 이렇게 일요일 오후마다 여관방을 찾아 헤메이고. 시간은 흘러가고 그사이 와이는 성숙한 여대생이 된다. 와이의 엉덩이를 때리는 것으로 시작되었던 관계는 점차 회초리, 철사줄, 대걸레로 발전하고 매질은 그들에게 중요한 전희의 수단이 된다. 와이가 맞고 제이가 때리던 관계는 차츰 뒤바뀌어 이젠 제이가 맞고 와이가 때리기 시작한다. 주저하던 처음과는 달리 아주 능숙하게. 제이는 숨이 멈출 것 같은 고통을 느낀다. 그러면서도 고향집에 되돌아온 듯한 기쁨을 느낀다. 와이의 오빠가 둘의 관계를 알게되면서 한바탕 소란이 벌어지고 두 사람은 결국 헤어진다. 제이는 모든 것을 정리하고 파리에 있는 아내에게 돌아가고, 어느날 와이는 제이를 만나러 찾아온다. 곡괭이 자루 하나만을 들고서 브라질로 살러 가는 와이가 들고 온 짐이라곤 그것 밖에 없었다. 다음날 아침 일찍 와이는 브라질로 떠난다. 한끼의 아침식사도 차도 없이. 아내는 허벅지에 쓰여진 내님이 누구냐고 물었고, 그래서 제이는 거짓말을 하기 시작한다.

  장선우 감독이 좋아하는 뽕짝 음악이 과하게 터져나오며(현대 사회의 기형적인 관계를 냉소하는 느낌), 그에 맞춰 빨리감기도 나오는 등 스타일이 좀 과한 측면이 있다. 실제 있을 법한 캐스팅이 맘에 들며, 시작과 끝에 '역사'를 배치해 현대 사회 속의 간헐적 인간관계를 시사한 점 또한 하나의 볼거리. 기존 상업 영화에 익숙한 관객들에게는 다소 지루하게 다가올 수도 있을 것이다. 베니스 영화제 황금사자상 노미네이트. 연소자 관람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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