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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코미디

C1607) 나의 즐거운 일기 (Dear Diary, 1993) - 재고 없음

by 비디오수집가 2021. 8.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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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즐거운 일기 (Dear Diary, 1993)

 

  

  1. 난니 모레띠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를 코믹 터치로 담아낸 작품이다. 총 3장으로 구성된 '나의 즐거운 일기'는 1장 '베스파' 편에서 헬멧을 쓴 채 스쿠터를 타고 이탈리아 곳곳을 돌아다니는 감독의 모습을 담아낸다. 감독은 스쿠터를 탄 채 현대 영화들을 비롯하여 건축물들, 사람들, 영화 감독들에 대한 자신의 철학을 이야기 한다. 2장 '섬'에서는 감독이 친구와 함께 시실리 섬을 비롯한 이탈리아의 숨겨진 작은 섬들을 여행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그곳에서 벌어지는 작은 소동과 티격태격은 피할 길이 없다. 3장 '의사'에서는 가려움증으로 고생하는 감독이 병원을 방문하는 장면들이 그려진다. 의사가 내려준 터무니없는 처방들을 그대로 시행해도 별 진전이 없자, 다른 병원들을 찾아다니는 감독의 모습이 씁쓸한 웃음을 자아낸다.

  2. 감독이 스스로 출연해 있는 그대로 자신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다큐멘터리 영화와 다르게 이 영화는 각 장마다 이야기가 있는 '픽션' 영화이다.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는 사실 상 모른다. (실제 일기를 생각해보면, 남들이 볼까봐 약간의 '뻥'을 지어내는 일기들도 있기에.) 아무튼 감독이 직접 자신의 고민을 이야기하는 부분들은 신빙성을 낳고, 감독의 철학도 알 수 있게 해주기 때문에 비교적 긍정적인 시도라고 생각한다.

  3. 영화는 자본주의화 된 이탈리아 속에서 소통 문제를 겪은 채 바쁜 일상을 영위하는 현대인들을 풍자하듯 나열한다. 그 대표적인 시퀀스가 2장 '섬'에서 아이들과 전화로 통화하는 어른들의 모습이다. 몇몇은 아이들과 대화하는 도중을 이성을 잃어버리기도 하고, 몇몇은 아이들보다 더 아이처럼 굴기도 한다. 이러한 모습들은 '섬'이라는 타이틀 안에서 웃기면서도 냉소적으로 다가오는데, 종종 소통 단절의 비유적인 공간으로 쓰이는 섬이 전화기라는 사물과 엮이면서 물질주의적인 영향으로 '고립'된 사람들을 재치있게 조명하는 시퀀스이기도 하다.

  4. 1장 '베스파'에서 파졸리니 감독에 대한 난니 모레띠 감독의 생각을 들여다보는 부분도 재미있다. 이탈리아 예술 영화의 현실을 비판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난니 모레띠 감독 자체도 사실 작가주의, 예술 영화 감독 군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1장이 영화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크고,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와 가장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스쿠터를 타고 거리를 횡단하는 감독의 뒷모습이 초라하게 보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자유로워 보인다. 이러한 자유로움 속에서 건물들의 외형과 아름다움을 논하는 여유가 부러워 보이며, 이와 같은 충분한 철학적 토양에서부터 시작되는 영화 만들기가 어찌 보면 가장 이상적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5. 3장에서 의사를 찾는 감독의 모습은 현대인들의 병에 대한 강박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 작은 소극 안에서 진짜 병은 자신의 내면에 있다는 것을 깨닫기를 바라는 감독의 퍼포먼스가 유머러스하다. 영화의 음악도 괜찮은 편이고, 1장에 잠깐 등장하는 제니퍼 빌즈도 반갑다. 난니 모레띠 감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이 작품을 당연히 추천하는 바이다. 이탈리아어 원제는 'Caro Diario'로,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후보에 노미네이트 되었으며, 감독상을 수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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