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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드라마

D537) 질주 (Deprisa, Deprisa, 1981) - 재고 없음

by 비디오수집가 2021. 1.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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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주 (Deprisa, Deprisa, 1981)

 

 

  1. 카를로스 사우라 감독의 '질주'는 밋밋한 스토리를 지닌 듯 보이지만, 영화를 다 보고 났을 때면 의외로 묘한 감동과 전율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사실 카를로스 사우라 감독의 영화를 보다 보면, 프랑코 독재 정권 이후 붕괴된 스페인의 모습들을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이 영화 역시, 독재가 끝난 1970년대 중반 이후, 민주주의가 정착되어 가는 시점, 실업률이 최고치에 달했던 암울한 시대의 스페인 청춘 남녀들을 조명하고 있다. 지금 보면 살짝 뻔한 접근법인데, 그래도 이 영화가 35년이나 된 작품임을 감안한다면 나름 세련된 관점을 지니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역사를 향한 노골적인 비판보다는, 카를로스 사우라 감독처럼 아이나 10대들을 주인공으로 설정해 그들이 처한 환경을 통해 우회적인 비판을 이끌어내는 것은 어정쩡한 솜씨를 가지고 아무나 할 수 있는 건 아닌 것 같다.

  2. 내용 요약: 파블로와 그의 친구들은 마드리드 뒷골목의 가난한 10대들로 절도 행위를 통해 일상을 버텨나갈 뿐이다. 이런 와중에도 사랑은 싹 튼다. 파블로는 우연히 들른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미모의 소녀 안젤라에게 반해 구애를 시작한다. 역시나 별 볼일 없는 삶을 살고 있던 안젤라는 결국 파블로와 같이 다니게 되고, 자연스럽게 파블로 일행의 절도 행위에 동참하게 되는데......

  3. 구구절절 파블로나 안젤라의 개인 사정을 설명하지 않은 점이 마음에 든다. 깔끔하고 목적성이 분명한 이야기 감추기다. 제어가 안 되는 청춘 남녀들의 일상은 미국 식 디스코에서 알 수 없는 춤을 추고, 마약과 흡연에 찌든 모습 등으로 나타나는데, 자본주의와 물질만능주의에 조금씩 젖어들기 시작한 스페인의 음침한 이면을 표현하고 있다. (가장 돋보이는 장면은 파블로가 할머니에게 TV를 선물하는 장면이다.) 독재로부터 몸서리 쳤던 과거와 자본주의의를 제대로 맞이할 준비가 덜 되었던 스페인의 미래가 겹쳐 서툰 정서들을 자아낸다고도 볼 수 있다. 거기에 틈틈이 문화적 색채가 짙은 플라멩코 음악이 삽입되어 변질된 순수성, 본질에 대한 환기를 불러일으킨다. 돈에 대한 욕망과 죽음을 맞바꾼 위험한 청춘의 끝자락, 지친 표정으로 멍하니 앉아있는 안젤라를 유독 클로즈업으로 잡아 주는 롱테이크 트랙 쇼트들을 통해, 더 이상 돌이킬 수 없는 위치에 놓인 '누군가'의 미래를 언뜻 엿볼 수 있다. 그 막다른 골목까지 질주해버린 자본주의의 이면 혹은 독재가 낳은 상처가 관객들에게 똑똑히 전달되는 가슴 아픈 장면들을 영원히 기억하고 싶다. 결국 어느 '누군가'의 미래만은 아닌 셈이다.

  4. 유독 이런 영화들을 좋아하는 까닭이 있다. 대부분의 영화 속에서 그려지는 젊은 남녀들은 밝고 명랑한 주인공이거나, 장르적 (혹은 관습적)으로 악하게 그려진다. 하지만 작가 감독들이 담아내는 젊은이들의 모습은 악인과 선인의 그 어중간한 위치에 놓이거나 이러한 판단을 유보시킨다. 젊은 남녀들이 반성과 참회를 통해 새 사람으로 거듭나는 '변화 (Transformation)' 또한 부재하기에, 이들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을 생각하게 되고, 사회를 탐구하게 된다. 좋은 영화는 결국 이러한 프레임 너머와 그 너머를 그리고 있는 영화들이 아닐까 생각한다. '질주' 또한 그런 면에서 애착이 가는 작품이다.

  5. 영화의 제목은 '빨리, 더 빨리' 라는 뜻이다. 이 작품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영화 계를 떠난 눈부신 외모, 복잡한 눈빛의 베르타 소쿠에야모스가 왠지 영화 속에서 순수했던 그 시절로 영원히 되돌아오지 못할 것 같아서 가슴이 아프다. 베를린 영화제 황금곰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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