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클로 (Cyclo, 1995)
1. 씨클로를 운전하는 10대 소년은 별명마저 '씨클로'다. 베트남 빈민 구역에서 하루하루 지독한 삶을 사는 씨클로, 자신이 모는 씨클로를 도난 당한 뒤부터 우연히 범죄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게 된다. 그 와중에 만난 범죄자 'Poet'는 자신의 여자친구마저 변태들한테 파는 냉정한 자로 착하지만 독기가 가득한 씨클로를 눈여겨 보는데......
2. 우울하고 가슴 아픈 영화로 베트남 빈민 구역이 상상도 못할 만큼 끔찍하고 지저분하게 묘사되어 있다. 트란 안 훙 감독이 작정하고 만든 고발성 영화 같아서 몰입이 약간 불편하고, 스타 배우 양조위가 영화 안에서 혼자서만 튀는 느낌도 있다. 특유의 진중한 양조위 연기가 이 영화에서만큼은 왜 이리 어색한지 모르겠다. 세계적인 히트곡, 라디오헤드의 'Creep'을 사운드트랙으로 썼는데, 가사가 주는 메시지와 노래 분위기는 영화와 잘 맞지만, 이 음악 역시 영화와 너무 튄다고 생각됐다. 음향 효과와 사운드가 이상하게 거슬리는 작품이었다. 후반부, 페인트를 뒤집어 쓰는 장면에서 조명마저 극적으로 바뀌니까 영화가 너무 폼을 잡는구나, 같은 생각이 들어서 아쉬웠다.
3. 하지만 '씨클로'는 군더더기 없는 촬영만큼은 돋보이는 수작이다. 프랑스 출신의 베노잇 델홈 촬영감독이 생기 빠진 컬러로 채색한 화면들은 베트남 뒷골목의 범죄 세계와 어우려져 이 영화를 한 편의 독특한 필름 느와르처럼 변신시키도 한다. 대사도 많지 않고, 등장인물들의 이름도 정확하지 않은데, 이는 자본주의의 폐해와 그로 인한 베트민 사람들의 기형적인 삶을 드러내고자 했던 것 같다. 양조위 배역은 마침 '시인'인데, 절대적인 악의 기운 안에서 '순수'와 '선', '사랑' 같은 애틋한 가치들을 찾으려고 하는 인간의 모순적인 양면성이 오히려 부각되는 이름이다. 양조위 캐릭터나 씨클로 캐릭터나 전부 돈이라는 가치 앞에서 잠식당한 날개 잃은 캐릭터들일 뿐이다. 이들을 통해서 느낄 수 있는 감정이라고는 '씨클로'라는 제목이 주는 악순환의 느낌과 '씨클로'라는 낡은 교통 수단에서 착안할 수 있는 베트남 빈민들의 생존력이다. 여전히 씨클로는 운행 중이며, 지독하게 벼텨오고 있으며, 빈민가를 구석구석 누비고 있다. 끝나지 않을 것만 같은 고통의 신음을 내면서 말이다.
4. [초록창 줄거리] 사고로 죽은 아버지의 뒤를 이어 씨클로를 운전하는 18세의 소년(Cyclo: 르 반 록 분). 사람들 사이에 그는 그저 씨클로 보이로 통한다. 자전거 바퀴를 수리하는 할아버지, 구두를 닦는 여동생, 집안 살림을 도맡아 하는 누나(Sister: 타란 누 옌케 분). 이들 세 사람과 함께 도시 빈민구역에 사는 소년은 고달픈 삶 가운데서도 호치민 시를 누비며 꿈을 키워간다. 그러나 소년은 유일한 생계수단인 씨클로를 건달패에게 빼앗긴다. 빌린 씨클로의 대여료 조차 갚을 수 없는 그에게 씨클로 주인은 대여료를 갚는 대신 자신의 수하에 있는 갱 조직에서 일할 것을 요구한다. 처음엔 마지못해 이들에게 협조하던 소년은 차츰 약간의 눈속임만으로도 손쉽게 돈을 버는 범죄 세계에 빠져들어 간다. 마침내 시인(Poet: 양조위 분)이 속해있는 갱 조직에 본격적으로 가담하면서 소년은 빠른 속도로 범죄의 소용돌이에 휘말린다. 가난과 절망이라는 갑갑한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 범죄의 길을 택한 인물 시인은 소년의 누나를 사랑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녀에게 매춘을 알선하고 있다. 그러나 소년의 누나는 시인에 대한 순수한 사랑 때문에 그가 알선하는 매춘을 거부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녀는 현실 속에서 괴로워하는 시인을 따뜻한 시선으로 감싸준다. 한편 겉잡을 수 없이 자신을 끌어당기는 범죄 세계의 힘을 피부로 느낀 소년은 죽은 아버지의 비참한 모습을 꿈에서 본 후 갱 조직에서 빠져 나오기 위해 발버둥친다. 소년의 이런 모습을 보며 괴로워하던 시인은 자신이 알선한 매춘으로 소년의 누나가 순결을 잃자 급기야는 화염 속에 몸을 내던진다. 두 사람의 사랑은 예정된 파국으로 치닫고 소년은 마지막 마약 운반을 위해 클로의 핸들을 잡는다. 트란 안 홍 감독이 연출하고 그의 아내이자 여배우 트란 누 엔-케가 주연한 베트남 영화. 95년 베니스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했다. 하지만 베트남 정부는 이 영화가 베트남 사회의 혼란과 부정적인 면을 부각시켰다며 상영 금지시키기도 했다.
5. 베니스 영화제 황금사자상, 국제비평가협회상 수상. 겐트 영화제 그랑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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