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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드라마

D492) 붉은 시편 (Red Psalm, 1972) - 재고 없음

by 비디오수집가 2020. 12.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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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시편 (Red Psalm, 1972)

 

  

  1. 헝가리가 내놓은 작가주의 감독 미클로시 얀초의 실험적 뮤지컬 드라마. 고인이 된 감독의 작품들 중 가장 잘 알려진 영화이기도 하다.

  2. 영화는 내러티브를 쫓는 일반적인 극 영화와 다르게, 농장 근처에 모여 노래를 부르고 춤 추는 사람들을 시종일관 보여주며 이들이 지주 및 군대와 대치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19세기 말, 지주에게 다양한 권리를 박탈당한 농민들이 무리를 지어 파업을 하는 모습에서 관객들은 단순히 스토리가 가지는 의미를 이해하기 보다는, 농민들이 보여주는 자유로운 춤과 붉은 피가 꽃처럼 피어나는 초현실주의적 숭고함 속에서 정의로우면서도 인도주의적인 계급 투쟁을 경험하게 된다.   

  3. 미클로시 얀초 감독이 사용한 롱테이크는 기존 극 영화에서 캐릭터의 감정이나 공간적 느낌을 살리기 위한 도구이기 보다는 한 편의 장시나 즉흥 연주를 듣는 듯한 텍스트 그 자체적인 기능을 한다. 영화는 띄어쓰기나 간주 부분이 존재하는 기다란 호흡의 롱테이크를 통해 자유롭고 순수한 헝가리 유목민 정신과 에너지를 천천히 설기한다. 특히, 강압적이고 권위주의적인 군인 무리 안에서 옷을 벗고 손을 맞잡은 여자들은 일종의 발가벗겨진 (어머니의) 땅에서 꿋꿋이 서겠다는 의미로 다가왔다. 문명에 눈이 멀어 자연과 자연친화적인 인간들을 다 벗겨먹는 부르주아 계급의 추악함에 대한 나약하면서도 강렬한 절규이자, 본연의 순수한 모습으로 회귀할 것은 강조하는 얀초만의 이미지즘인 셈이다. 맨몸과 대비되는 붉은 피는 자연에 귀속성을 둔 인간이 그 귀속성을 강탈당하거나 종용당했을 때 뿜어낼 수 있는 마지막 발악 같은 것이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결말부에 붉은 원피스를 걸친 여성이 스스로 총을 들고 결국 무력으로 상황을 마무리 짓는 모습이 참 가슴 아프게 느껴졌다.  

  4. 영화 내내 감도는 목가적 느낌의 음악과 배우들의 육성은 영화 속 상황과 대비를 이루고, 특히나 헝가리 초원을 마음껏 누비는 말들의 발굽소리가 계급 투쟁의 긴장감을 더해주기도 한다. 하지만 이 말들은 오히려 군대에 이용되어 채찍질 당하기에 고통 받는 하층민들의 모습과 중첩되기도 한다. 아이러니한 점은 말들을 채찍질 하는 상층민들 역시 이념의 노예들이라는 점이다. 이러한 아이러니는 사관생과 하층민 여자의 갈등, 붉게 물든 저수지에 몸을 담그는 군인 등의 모습을 통해서도 잘 드러난다.

  5. 난 이 영화가 대단히 재미있거나 심심풀이로 볼 수 있는 작품이라고는 말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이런 영화를 굳이 두 눈 뜨고 똑똑히 봐야하는 이유에는 단순히 어느 헝가리 시골 한 구석의 계급 투쟁을 목도하고자 하는 것이 아닌, 인간의 기본적 권리인 자유와 그 토대가 되는 자연 환경을 영화라는 매체를 통해 얼마든지 다른 방식으로 느끼게 해줄 수 있다는데 그 의미가 있다고 본다. 원래 제목은 'Még kér a nép'이다.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노미네이트 및 감독상 수상. 연소자 관람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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