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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드라마

D496) 아이 러브 유 (I Love You, 1986) - 재고 없음

by 비디오수집가 2020. 12.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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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러브 유 (I Love You, 1986)

 

  

  1. 참 단순하면서도 직설적인 제목이다. 아이 러브 유. 이 영화는 한 남자의 사랑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남자의 이름은 미첼이다. 그는 여행사에서 고객들을 상담해주는 일을 한다. 시간이 날 때마다 그라피티가 있는 뒷골목, 언더그라운드 사교 모임에서 어슬렁거리거나 자신에게 반한 여자들과 잠자리를 가진다. 그런 그의 앞에 우연히 나타난 존재 '아이 러브 유'. 이 작고 모호한 존재가 미첼에게 계속 '아이 러브 유'를 외친다. 괴상한 존재의 등장 앞에서 미첼의 외로움과 욕구는 채워질 수 있을까?

  2. 이상한 기분이 든다. 영화의 괴상한 분위기와 미첼의 멍한 눈빛, 그러니까 크리스토퍼 램버트라는 배우가 보여주는 흥미로움이 영화 전반을 이끈다. 내가 본 크리스토퍼 램버트의 영화들 중에서 이 작품이 그의 매력적인 모습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 같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열쇠고리 또한 거론해야만 할 것 같다. 사랑해, 라는 가장 듣고 싶으면서도 하기 힘든 메시지를 던지는 이 열쇠고리가 미첼을 사정하게 하고 또 빠져들게 한다. 어떻게 보면 인간이 아닌 사물인데, 이 사물이 지닌 복종심과 충성심이 괜시리 끌리고 또 마음에 든다. 인간들의 사랑은 언제부터인가 (아님 태초부터인가) 쌍방향이 아닌 일방향이 되어버렸다. 어쩌면 무한한 '아이 러브 유'를 내뱉는 이 열쇠고리가 재고 따지는 인간들보다 더 큰 위안과 삶의 의미를 줄 수 있다고도 나는 생각한다. 그렇기에 이 같은 (남들에게 있어서) '기형적인' 러브 스토리가 공감이 가고 또 어딘가에 존재한다고 믿는다.

  3. 비디오 아트의 황금기였던 80년대를 배경으로 하듯, 영화는 온갖 장난스러운 그러나 사뭇 진지한 인조 환경들로 미첼의 주변을 감싸고 있다. 누군가의 심오한 (척하는) 미술 작품들, 음악들, 대화들 속에서 주인공 미첼은 갇히고 방황하고 외로워한다. 뭐, 결국 문명의 이기성과 진정한 소통 부재를 꼬집기 위한 설정이라고도 볼 수 있는데, 마르코 페레리 감독은 이러한 주제의식을 상당히 유치하지만 묘하게 정감이 가는 화법과 이미지 나열을 통해 전달하고, 이로써 감성을 건드리는데 어느정도 성공한 것처럼 보인다. 적어도 나에게 있어서는 그랬던 것 같다.

  4. 영화는 어딘가에 존재하는 또 다른 열쇠고리들을 등장시키면서 결말부로 치닫는다. 이 열쇠고리들은 기계적으로, 반복적으로 '아이 러브 유'를 외친다. 더 이상 미첼만을 위한 밀어가 아니게 된다. 이에 미첼은 광분하고 더 극심한 외로움에 젖어들게 된다. 그깟 기계가 뭐라고. 하지만 그깟 기계가 사람을 이처럼 괴롭게 만들 수 있다. 미첼이 마지막에 보트 위의 미지의 여인 (혹은 떠나간 애인)을 쫓아 무작정 바다로 뛰어든 것도 이 때문일까 싶다. 닿을 수 없는 보트를 향해 바람을 불었다 내뱉었다 하는 행동은 마치 장난감 종이배를 코앞에 두고 하는 행동 같기도 했다. 물에 빠져 정신을 번쩍 들게 하는 동시에 앞에 놓인 '존재'를 향해 가버려라, 가짜야, 환상아, 가공된 것들아! 라고 외치기 위한 행동이었을지도 모른다. 여전히 그의 오묘한 행동이 심히 궁금해진다.

  5.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노미네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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