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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드라마

D497) 광끼 (I Want You, 1998) - 재고 없음

by 비디오수집가 2020. 12.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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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끼 (I Want You, 1998)

 

  

  1.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어. 아니 필요없어. 하고 싶은 말들을 가슴 속 깊이 담아둔 채 꾹 참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렇지 않아. 할 말이 정작 없는 걸. 외롭고 황량하기 그지 없는 이 작은 동네에서, 14살의 벙어리 소년 혼다가 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다. 바에서 노래를 부르는 누나의 방에 녹음기를 설치해 누나와 누나가 데려오는 남자들의 소리를 녹음해서 듣는 일 뿐이다. 그리고 레코드 기계 안의 녹음된 신음을 들으며 은밀하게 짝사랑하는 미용사 헬렌을 상상하는 일 뿐이다. 어느 날, 낯선 곳에서 찾아온 마틴 이라는 남자가 헬렌의 소유를 강력하게 주장하기 시작한다. 소년은 어딘가 심상치 않아 보이는 둘의 관계를 유령처럼 스토킹하기 시작하는데......

  2. 이전에 소개한 '아이 러브 유 (I Want You, 1986)'라는 작품과 여러 면에서 비슷한 기운을 공유하고 있는 작품이다. 그러나 이 영화가 조금 더 음울하고 세련된 인상을 준다. 비단 영화를 지배하는 몽환적인 느낌의 뿌연 색깔들과 간격이 많은 대사들, 심심찮게 보이는 콘트라스트와 쓸쓸한 바닷소리 같은 외적인 스타일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내적인 영화적 화법을 들여다 보면, 벙어리 소년 캐릭터와 소년의 괴상한 스토킹 설정이 우선 마음에 걸린다. 음울하게 걸리적거린다. 이민자 출신으로 보이는, 말 못하는 소년의 세계에서 '고백'하는 행위란 일반 사람들보다도 더욱 어려운 일이 되었다. 건너방에서 다른 남자와 정사를 가지는 누나의 신음소리를 듣는 것이 어찌 보면 소년의 고백이다. 외롭다는 고백이다. 관객만이 그것을 안다. 이러한 소년의 고백이 결말 부분에 가서는 헬렌과 소년만의, 무덤까지 가져가야 할 비밀로 변질된다. 그 지점이 매우 흥미롭다. 가뜩이나 말도 못하는데, 영원히 말하면 안 되게 된다. 음울함의 극치다.  

  3. 영화의 색감은 수시로 바뀐다. 블루 톤, 오렌지 톤, 그린 톤, 때론 두세 가지가 섞이기도 한다. 전체적으로 음침하고 몽환적인 느낌을 주는 이러한 색깔들은 소년과 주변인들의 일상이 일촉즉발의 양상처럼 전개될 것을 암시한다. 또한 영화는 곳곳마다 부분 필터를 사용해 정상적인 시야와 풍경들을 왜곡하는데, 벙어리 소년, 누나 스모키, 주인공 마틴, 어쩌면 헬렌까지 모든 영화 속 주인공이 지닌 비뚤어진 욕망과 채울 수 없는 공허함 등을 표현한 것처럼 다가왔다. 그 뿌연 부분, 그 흐릿한 부분은 일상 한 구석에서 만질 수 없는, 채울 수 없는 빈 조각들이다.

  4. 영화의 음악이 좋다. 오프닝 음악부터 달팽이관을 사로잡는다. 테마 곡이라고 할 수 있는 엘비스 코스텔로의 'I Want You' 라는 음악 역시 강렬하다. 거친 음성의 직설적인 이 음성은 모든 사람들의 고백이자 광기이다. 이 광기어린 고백을 위해 레이첼 와이즈, 알레산드로 니볼라, 루카 페트루식, 라비나 미테브스카 모두 흥미로운 연기를 펼쳐주고 있다.

  5. 파국으로 치닫는 범죄 스릴러물 느낌의 스토리텔링은 갈수록 약해지지만 이미지들의 힘과 잔상이 워낙 강해 결론적으로 마음을 움직이게 되는 영화였다. 밝고 화사하기만한 러브 스토리는 가끔 커다란 이물감을 준다. 그런 면에서 '광끼' 속의 러브 스토리는 다소 어둡고 번잡할 수 있지만 그만큼 본능에 충실하기 때문에 더욱 진솔하게 다가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슬며시 추천해본다.

  6. [초록창 줄거리] 지하 락 바에서 노래를 부르는 누나와 함께 살고있는 사춘기 소년 혼다(Honda: 루카 페트루식 분)는 14살의 벙어리. 말을 못하는 혼다는 유일한 취미는 사람들의 말을 녹음하는 것인데 특히 정사 장면을 녹음하고 들으며 혼자 몽상에 잠긴다. 누나 방에도 역시 도청장치를 설치해 누나의 정사 장면을 헤드폰을 끼고 은밀히 듣는다. 그는 헤어샵에서 일하고 있는 28살의 헬렌(Helen: 레이첼 웨이즈 분)을 광적으로 사랑하는데 매력적인 그녀는 라디오 프로그램 DJ인 밥(Bob: 벤 다니엘스 / 댄 다니엘스 분)과 연인 사이. 혼다는 헬렌과 밥의 정사 장면도 녹음해 혼자 들으며 망상에 빠진다. 그리곤 자주 미용실을 찾아가 그녀에게 머리 손질을 맡긴다. 단지 귀여운 소년으로만 생각하는 헬렌, 벙어리인 것을 알고는 더욱 포근하게 대해준다. 이 모든 사실을 아는 혼다의 누나는 어느 날 밥이 진행하는 프로그램에 전화를 걸어 당신의 목소리가 듣고 싶지 않냐며 동생이 녹음해 둔 밥과 헬렌의 정사 장면을 수화기를 통해 들려준다. 결국 엄청난 파문이 일어나고 밥과 헬렌은 다툼 끝에 헤어질 위기에 처해진다. 그러던 어느 날 감옥에 가 있던 헬렌의 옛 남자친구가 다시 그녀를 찾아오는데......

  7. 베를린 영화제 황금곰상 노미네이트 및 특별언급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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