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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드라마

D529) 어린이 도둑 (The Stolen Children, 1992) - 재고 없음

by 비디오수집가 2021. 1.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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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도둑 (The Stolen Children, 1992)

 

  

  1. "왜 내가 어린이 도둑이 되어야 했는지 아무도 모를 거야." 로제타와 루치아노의 그늘 같은 삶. 포주가 된 엄마, 아빠 뻘의 남성 고객. 망을 보듯 밖에 나와 앉아있는 남동생과 함께 가출하기로 결심한 로제타. 엄마는 매춘 행위 주선으로 인해 감옥에 가고, 로제타와 루치아노는 경찰 안토니오의 손에 이끌려 고아원으로 향한다. 하지만 안토니오는 어린이 도둑이 되어야 했다. 로제타와 루치아노의 슬픔을 누군가 훔치지 않으면, 이 아이들의 웃음과 미래는 완전히 말라 비틀어질 것만 같다.

  2. 지아니 아멜리오 감독의 작품들 중 가장 좋아하는 영화다. 이탈리아어 제목은 'Il ladro di bambini'이다. 비슷한 감성의 휴먼 드라마 장르에 탁월한 재능을 보여 온 지아니 아멜리오 감독은 서사의 기교보다는 등장인물들이 상황에 놓인 분위기를 섬세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잡아내는데 소질이 있어 보인다. '어린이 도둑'에는 두 명의 어린이들이 등장한다. 엄마 때문에 몸을 팔아야 했던 로제타와 그런 누나를 둔 루치아노가 바로 그들이다. 이 어린이들은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어린이 같은 삶을 살진 않지만, 누가 봐도 어린이들의 모습이다. 이러한 순수한 모습, 오염된 세상으로부터 스스로를 정화시킬 수 있는 필터링의 힘은 영화 후반, 드넓게 펼쳐진 백사장과 눈부신 푸른 바다 앞에서 비로소 관객들에게 전달되어 그들의 마음을 적신다.   

  3. 도중에 안토니오가 가족 및 친척들과 만나는 장면이 흥미롭게 다가온다. 순백의 하얀 가운을 걸친 꼬맹이 소녀를 부러운 듯, 경멸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보는 로제타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이 순간적인 대조 화면 속에서 난 오히려 로제타를 향한 일반인들의, 권위자들의 경멸스러운 시선이 느껴진다. 로제타는 이후 자유로운 프랑스 여인의 머리카락을 만지며 스스로 미용사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자유분방함, 어쩌면 진짜 자유. 로제타가 꿈꾸는 '그것'일지도 모른다. 하얀 베일 같은 것에 뒤집어 쓰인, 감금당한 자유가 아닌, 프랑스 여인의 곱고 기다란 머리카락처럼 풀어 헤쳐진 자유를 꿈꾸는 것이다. 로제타가 어설프게나마 머리카락을 찰랑거리며 프랑스 배우의 흉내를 내는 모습이 왜 기억에 남는지 알 것도 같다. 적어도 어린이들은 그런 자유로움 안에서 마음껏 뛰놀아야 하지 않을까. 그 자유로움을 누리지 못한 로제타의 슬픔이 묻어있는 장면이라서 유독 눈에 띈 것 같다.

  4. 엔리코 로 베르소의 연기가 마음에 들고, 영화에 쓰인 음악들이 좋은 작품이다. 두 명의 어린이 주인공들 또한 슬프면서도 맑은 눈동자들을 지니고 있다. 캐스팅이 잘된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다소 논쟁적인 사회 문제를 건드리고 있지만, 그에 반해 매우 침착한 작품이다. '어린이 도둑'은 참 고마운 영화이며, 평범한 듯 보이지만 결코 평범하지 않은 작품이다. 마지막, 로제타와 루치아노의 뒷모습, 매번 봐왔던 그 익숙한 투 쇼트를 통해 다시 한 번 시네마의 치유력과 반성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로써 무척 즐거운 기분이 든다.      

  5.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후보에 올랐으며, 심사위원 대상 및 에큐메니컬 상을 수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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