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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드라마

D531) 까마귀 기르기 (Cria Cuervos, 1976) - 재고 없음

by 비디오수집가 2021. 1.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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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마귀 기르기 (Cria Cuervos, 1976)

 

  

  1. 유년 시절의 기억을 형성하는 과정에 있어서 짐짓 부모의 역할은 크다. 엄마와 아빠 중 누구의 역할이 더 크냐고 물었을 때 콕 집어 대답하기 힘들지만, 그래도 이상적인 부모의 그림은 분명 존재할 것이다. 자애로운 어머니와 책임감 있는 아버지의 모습 정도가 머릿속에서 그려지는데, 이건 어디까지나 이상적인 그림일 뿐이다. 이상적이고 안정된 분위기의 가정을 꿈꾸기 위해서는, 그만큼 사회, 정치, 경제적으로도 안정되어 있어야 한다. 스페인이 내전 이후 프란시스코 프랑코에 의해 절대적인 독재 정권을 맞이했을 무렵부터, 파시즘 체제의 지속, 그리고 프랑코 사후 이루어진 민주화의 역사를 기억한다면, 격동기 안에서 불안하게 존재해야 했던 한 스페인 가정의 트라우마를 그냥 지나칠 수는 없다. 카를로스 사우라 감독은 독재 체제 하에서 끔찍한 고통을 견뎌내고 침묵을 강요당해야 했던 3대에 걸친 여성들의 심리적 트라우마를 세련되고 독특한 화법으로 이야기한다.

  2. 내용 요약: 엄마의 고통스러운 죽음을 지켜본 주인공 아나. 아나는 아빠가 잠든 사이 몰래 독약을 타서 아빠를 하늘로 영원히 보내버린다. 이후 큰 언니, 여동생과 함께 고아가 된 아나는 폴리나 이모 집에 머물면서 새 삶을 시작한다. 그곳에서 말 못하는 외할머니의 친구가 된 아나는 자신이 아빠를 죽이는데 사용한 독약으로 이모마저 독살할 계획을 세운다. 과연 아나의 계획이 성공할 수 있을까?

  3. 이 영화 속의 아나는 가끔 죽은 엄마 마리아의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제랄딘 채플린이 1인 2역을 연기하며, 아나의 정신분열적인 측면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사실 계속해서 죽은 엄마가 나타나는 일종의 트라우마적인 상상 (내지 기억)은 어린 아나의 몸 안에 싹 튼 죽음의 욕망을 나타내기도 한다. 쉽게 말하면 엄마가 있는 곳으로 가고 싶다는 뜻이다. 어린 아나의 분열된 모습이 서 있는 장소도 건물의 옥상처럼 하늘이 열리는 곳을 향해 있으며, 죽음에 직면한 외할머니와 친구가 되어 빛 바랜 스틸 사진에 집착하는 모습 등도 이미 일찍 죽음의 냄새를 맡은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사실 어린 꼬맹이가 죽음을 이야기한다는 것은 상당히 불길하고 위험하다. 하지만 아나처럼 부모의 죽음을 모두 목격한, 게다가 아빠의 죽음을 자신이 조종했다고 믿는 소녀에게는 그 의미가 조금 다르다. 프랑코의 독재 치하 시절, 죽지 않고서야 견딜 수 없는 온갖 부조리를 경험한 세대들에게 카를로스 사우라 감독이 선사하는 정신 분열적인 판타지와 맹목적인 믿음은 그나마 현실을 잊게 해주는 치료제로써 기능할 것이다. 아나는 그런 행동을 하지 않고서야 지금의 현실을 견딜 수 없을 것이다.

  4. 아나 토렌트의 연기가 참 표독스러우면서도 슬프다. 굉장한 아역 배우인데, 세상의 반대 편을 너무 일찍 알아버려서 더 이상 눈물도 나오지 않을 것 같은 독특한 정신 세계의 캐릭터를 무리없이 소화해 낸다. Jeanette가 부른 '¿Por qué te vas?'를 계속 들으며 수심 가득한 표정을 짓는 아나가 때론 가엽기도 하다. 저 노래의 제목은 '왜냐하면 당신이 떠나기 때문이야' 라는 의미로, 엄마의 부재를 빌미로 자신의 모든 행동들을 변명하려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증오의 대상인 군인 아빠에 비해 자애로웠던 엄마를 향한 그리움은 실로 크다. 아나는 소꿉놀이를 통해 나지막히 죽은 엄마를 회상할 뿐이다. 그리고 군인과 밀회를 즐기는 이모의 모습이 싫은 나머지 또 다시 이모의 독살을 계획한다. '갈까마귀를 키워 놓으면 눈을 뽑아간다' 라는 스페인 속담처럼, 이모의 양육 아래 내심 검은 욕망을 품고 있었던 것이다. 과연 아나의 바람이 이루어질까? 영화는 죽음 대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이라는 해답을 준다. 프랑코가 죽은 1975년, 어렵게 되찾은 민주화의 터전 위에서, 독재 정권의 마지막 세대인 아나를 그래도 삶으로 내몰아치는 것이다.

  5. [초록창 줄거리] 엄마인 마리아가 지병을 앓다 죽자 아나는 아버지 때문이라며 독약이라고 생각되는 가루를 탄 음료수를 아버지에게 먹인다. 그 때문인지 아빠 안셀모도 죽게 되고, 아나와 이레네, 마이테는 졸지에 고아 신세가 된다. 죽은 엄마 아빠의 자리를 대신해 세자매는 이모와 거의 식물인간이나 다름없는 외할머니와 살게 된다. 영화는 아빠 안젤모의 죽음으로부터 시작해서 방학을 끝내고 다시 학교로 가는 세자매의 모습을 담은 간단한 줄거리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 영화는 시간을 가로지르며 아빠가 죽은 해인 현재를 중심으로, 부모가 살아있었을 때인 과거와 어른이 되어 '현재'를 회상하는 '미래'의 모습을 뒤섞어 프랑코 독재 정권 말기의 스페인 중산층 가족의 모습을 입체적으로 담아내고 있다.
 프랑코 체제에 맞섰던 사우라의 긴 예술적 투쟁의 완성점을 이루는 걸작. 세 자매 중 둘째 아나는 한밤 중 아버지의 복상사를 목격하고 자신이 독살했다고 믿는다. 병으로 죽은 엄마에 이어 아버지마저 죽자 이모가 할머니와 세 자매의 보호를 맡는다. 아나는 계속 엄마의 환영을 보는 한편 이모를 독살하려 한다.

  6.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후보에 올랐으며,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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