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583) 피셔 킹 (The Fisher King, 1991) - 재고 없음

피셔 킹 (The Fisher King, 1991)

 

  

  1. 고인이 된 로빈 윌리엄스의 영화들 중 내 기억에 가장 깊숙이 남아있는 작품은 '피셔 킹'이다. 당시 오스카 트로피를 두고 로빈 윌리엄스를 비롯하여 쟁쟁한 남자 배우들이 경쟁한 바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같은 경쟁 후보였던 안소니 홉킨스보다 로빈 윌리엄스의 연기가 더 좋았던 것 같다.(캐릭터는 안소니 홉킨스의 한니발이 더 강렬하긴 했다.) 테리 길리엄 감독의 휴먼 코미디 드라물로 제프 브리지스, 아만다 플러머, 메르세데스 룰도 출연한다. 요즘처럼 테러를 비롯하여 끔찍한 사건들이 난무하는 가운데, 테리 길리엄 감독은 '피셔 킹'을 통해 배려와 따뜻한 마음씨, 희망을 잃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2. 인기 라디오 진행자 잭의 인생은 한 청취자로 인해 급변하게 뒤바뀐다. 청취자는 애인 문제로 고심하고 있었는데, 라디오 진행자 잭이 농담처럼 건넨 말 한마디에 청취자가 레스토랑에 침입해 무차별 살인극을 저지른 것. 이후 잭은 충격을 받은 뒤 페인처럼 지내고 있다. 그런 잭 앞에 나타난 뉴욕의 미치광이 부랑자인 페리. 잭은 처음에 페리를 보면서 그저 미치광이 부랑자라고 생각하고 도움의 손길을 건네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의 과거와 충격적인 사연을 알게 되는데......

  3. 각본의 힘이 큰 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데, '정상'과 '비정상'의 범주에 놓인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섞이고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이 밀도있게 그려지고 있다. 정신 이상자가 주인공인 영화들을 보면, 그들 시각에서 이야기를 지나치게 펼치다 보니 그저 난해한 판타지 영화로 전락할 우려가 크다. 그렇게 만들어진 영화는 제대로 설계되지 않은 이상 그저 정상인이 만든 '비정상'의 영화처럼 보인다. 어차피 조금이라도 제 정신이 있는 사람이 영화를 만들기 때문에, 조금은 '일반'적인 시각이 필요하며, 균형 감각도 중요하다. '피셔 킹'은 그런 면에서 두 주인공의 균형이 잘 잡힌 작품이었다. 지나치게 터무니 없는 판타지를, 지나친 영화적 스타일을 보여주지도 않는다.

  4. 페리의 충격적인 과거 사연은, 솔직히 말하면 헐리우드 영화의 갑작스러운 반전 느낌이 강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셔 킹'은 그 반전까지 도달하기 위해 캐릭터와 이야기에 충분히 공을 들인 것처럼 보인다. 주조연 배우들의 연기도 훌륭한 편이고, 잃어버린 성배를 찾아 헤매는 페리의 사연도 흥미를 자아낸다. 테리 길리엄 감독의 표현 방식은 생각보다 제법 과감한 편이다. '고등학생 관람가' 등급을 받은 작품이지만, 인생 좀 살아본 사람들이 보기에 더 적합한 작품 같다. 이 영화를 단순한 코미디 장르로 분류하지 못하는 이유는, 영화가 지닌 눈물이 웃음보다 더 많으며, 영화적 감동이 유쾌함보다 더 크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5. [초록창 줄거리] 3년 전까지만 해도 루카스(Jack Lucas: 제프 브리지스 분)는 뉴욕의 메이져 방송국의 잘 나가는 유명 DJ였다. 어느날 그의 청취자로부터 걸려온 전화에 루카스는 "여피족은 편한 것만 추구하는 악마들이야. 늦기 전에 쓸어버려야해!"라고 무심코 대답해 버린다. 그후 루카스는 뉴스에서 살인사건 소식을 접하고는 경악을 금치못한다. 바로 자신에게 전화했던 그 팬이 식당에서 총을 난사, 5명이나 살해한 것이다. 이 사건으로 루카스는 알 수 없는 양심의 가책에 시달리다 생활 감각을 상실하게 된다. 3년이 지난 지금도 그는 비디오집을 경영하는 한 여자에게 얹혀 살며 거의 폐인이 되었다. 깊은 좌절에 빠져 날마다 허드슨 강가를 헤매는 루카스. 어느날 그는 '집없는 부랑아들을 미국의 암적인 존재'라고 비난하는 젊은이들과 맞부딪쳐 위기에 빠진다. 이때 페리(Parry: 로빈 윌리암스 분)라는 인물이 나타나 갑자기 루카스를 구출해준다. 이 인연으로 루카스와 페리는 친분을 나누게 된다. 그리고 페리가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 잃어버린 성배를 찾아 헤매는 전직 역사학 교수라는 것과 페리의 부인이 3년 전 자신의 실수로 벌어진 살인 사건의 희생자라는 충격적인 사실까지 알게 되는데......

  6. 베니스 영화제 황금사자상 후보에 오른 바 있으며, 여자 연기자상(메르세데스 룰)과 은사자상(감독상)을 비롯하여 3개 부문을 수상한 바 있다.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오스카) 5개 부문 후보에 올라 여우조연상(메르세데스 룰)을 수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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