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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드라마

D499) 노동자 계급 천국으로 가다 (The Working Class Goes To Paradise, 1971) - 재고 없음

by 비디오수집가 2020. 12.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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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 계급 천국으로 가다

(The Working Class Goes To Paradise, 1971)

 

 

   

  1. 공장에서 열심히 일하면 나도 행복하게 부자처럼 살 수 있겠지. 입 닥치고 근면성실한 모습 보여주는 것이 그저 최고니깐. 공장장도 나를 좋아하고 말이야. 이런 생각에 젖어있던 한 블루 칼라 노동자의 불운과 투쟁의 현실을 지켜보겠는가? 그는 실수로 곧 손가락이 잘린다. 그리고 일할 수 없게 된다. 그야말로 내몰린 이 노동자의 삶은 그를 예뻐했던 공장 측과, 그가 속한 사회, 그의 나라로부터 과연 보상받을 수 있을까?  

​  2. 원래 제목은 'La classe operaia va in paradiso'. 공산당 출신이자 운동가 성향의 이탈리아 영화 감독 엘리오 페트리가 내놓은 사회 비판물로 제목부터 매우 도발적이다. 초반 노동자들의 출근 장면부터 귓전을 쏘는 총소리 같은 기계음이 시종일관 들리고, 노조의 메가폰 소리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행진하듯 걸어가는 노동자 무리들은 다소 괴팍한 느낌까지 가져다 준다. 영화의 음악, 엔니오 모리꼬네의 스코어 자체가 현장음, 총소리 기계음, 드럼과 현악기까지 오가며 심통 난 느낌을 단단히 주는데, 이런 강렬한 '청각 자극' 화법이 오히려 영화의 주제를 더욱 깊이 들여다보게 하는 힘을 지니고 있다.

  3. 공장 밖에서 찍은 실내 장면들은 서슬퍼렇기 그지 없다. 때론 너무나 짙게 드리워진 이 파란 조명 아래에서, 어쩔 수 없다는 듯 모여 반란을 꿈꾸는 노동자들의 울분은 온도계로 단순히 측정할 수 없는 그들만의 온도로 영화를 뜨겁게 한다. 그럼에도 영화를 뒤덮은 서슬퍼럼이 너무 짙다. 이 서슬퍼런 영화 속 현실은 당시 석유 위기와 '뜨거운 가을'을 겪어야 했던 1970년대 초의 혼란스러웠던 이탈리아 정세와도 전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영화 결말부까지 지겹도록 이어지는 노조의 메가폰 소리가 허공을 향해 무의미하게 퍼지듯, 영화는 아무리 모여서 농성을 해도 이란격석으로 끝날 수밖에 없는 지독한 현실을 가감없이 보여주기에 왠지 모를 슬픔이 남는다.  

  4. 어떤 면에서는 거북함이 들 수도 있겠지만, 어쨌거나 주변을 둘러보면 언젠가 마주하게 될 블루 칼라 노동자 계급의 절실함이 모여 큰 사건과 갈등, 뚜렷한 기승전결 없이도 하나의 스토리를 만들어 낸다. 네오리얼리즘의 리얼리즘 정신만 쏙 가져온 느낌의 영화 같지만, 영화 속 스토리가 지닌 긴장감만큼은 그 어떤 다른 영화들보다도 강렬한 편이다. 어딘가의 데모 운동이나 파업 현장을 찍은 기록 영상 위로 범람하는 배우들의 따발총 대사와 귀를 자극하는 음악들이 영화 속 긴장감에 가장 큰 몫을 한다고 할 수 있겠다. 이 소리들은 결국 자유를 향한 거친 숨결이며 살얼음판 위에 선 인간의 생존을 향한 울부짖음이기 때문이다. 그 소리들을, 마치 "살려주세요!" 하는 소리를 듣고는 발걸음을 멈춘 채 바라보는 행인의 마음으로 잡아두고 싶다.     

   5.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 및 특별언급상 수상. '천국으로 가는 노동 계급' 이라는 제목으로도 알려져 있으며, '노동자 계급 천국으로 가다'는 국내 정식 DVD 출시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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