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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드라마

D508) 책상 서랍 속의 동화 (Not One Less, 1999) - 재고 없음

by 비디오수집가 2020. 12.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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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상 서랍 속의 동화 (Not One Less, 1999)

 

  

  1. 참으로 따뜻한 영화 '책상 서랍 속의 동화'를 소개해본다. 적은 인구 수의 한 시골 마을. 어머님 병환으로 학교를 비워야 하는 가오 선생님을 대신해 갓 초등학교를 졸업한 13살 소녀 웨이가 대리 교사로 부임한다. 말썽꾸러기 학생들을 데리고 야무지게 수업을 진행해오던 웨이. 소문난 말썽쟁이 장 휘거가 돈을 벌러 도시로 떠나게 되면서 웨이는 고민에 빠진다. 학생들이 단 한 명이라도 교실을 벗어나는 일이 없어야 하기 때문. 웨이는 학생들이 가진 푼돈을 긁어 모아 그 돈으로 장 휘거를 찾아 나선다. 사람들이 북적거리고 모든 것이 낯선 대도시 안. 웨이는 장 휘거를 찾기 위해 여러 사람들, 장소들을 수소문하고 가진 돈을 모두 털어 벽보까지 만들어 보지만......

  2. 순박한 시골 소녀를 바라보는 도시인의 입장은 그저 답답하고 한숨만 나올 것이다. 하지만 웨이가 전달하는 따뜻함은 도시인의 무뎌진 감성을 재생시킬만큼 회복력이 있다. 자국의 아픔과 인생의 다양한 깨달음을 주제로 영화 만들기를 지속 중인 장예모 감독이 이번에는 최대한 힘을 빼고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서 스토리를 펼쳐나간다. 그렇게 조금씩 웨이의 행동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눈시울이 붉어진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좋은 영화의 전형적인 감동 선사 방법이다.

  3. 영화는 시골 마을을 있는 그 자체로 보여주기 위해 기교를 줄이고, 심도를 깊게하는 방식으로 웨이와 학교 아이들을 한 화면 안에서 묶기에 바쁘다. 비록 이들은 가난한 환경에서 위태롭게 공부하지만, 함께 있기에 행복하고 무서울 것이 없다. 마치 중국 사람들의 기본적인 사상과 태도를 보는 듯하다. 하지만, 도시 속을 배회하는 웨이의 모습은 살짝 다르게 잡힌다. 홀로 있거나 잘린 인물들 속에서 치우쳐진 모습이 대부분이다. 날카로운 느낌의 계단들, 건물들, 교통 수단들, 그리고 도시 소음들이 웨이의 소외감을 증폭시키고 도시인들의 딱딱하고 단절된 일상을 나열하는 식으로 말이다.  

  4. 영화가 보여주는 결말은 조금 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전국민이 보는 카메라 앞에서 눈물을 흘리는 웨이의 모습은 곧 관객들을 향한 목소리로 돌변하여 '(Not One Less의 의미인) 단 한 명이라도 놓치지 말아달라고' 호소한다. 어떻게 보면 말썽꾸러기 학생 한 명이라도 감싸 안으려고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는 웨이조차도 가난한 변방에 놓인 무관심의 대상이기 때문에 이러한 호소는 제법 강렬하게 다가온다. 감독은 이처럼 사회적 약자를 향한 호소를 웨이의 입을 통해 자연스럽게 설득하는 방식을 택했다. 가히 훌륭한 솜씨가 아닐 수 없다.

  5. 마지막, 칠판 위에 하나 둘 적히기 시작하는 색깔 분필의 한자들을 기억한다면, 이 영화는 결국 다양한 개개인의 공존, 너그러운 포용과 관심을 희망하는 작품이라고 볼 수 있겠다. 최근까지 엑소더스로 골치를 썩고 있는 유럽의 숙제, 남북 통일로 고전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숙제, 이념 사이에서 갈기갈기 분열된 전 세계의 숙제 역시 결국은 포용의 문제이며 관심의 문제와 맞닿아 있다. '책상 서랍 속의 동화'가 이런 식의 생각 확장을 낳는 점이 나는 멋지다고 생각한다. 더불어 이 영화의 가치와 교훈들이 더 이상 책상 서랍 속에 갇혀있지 않고, 책상 위로 보란듯이 올라와 모두 함께 논의할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해 본다.

  6. [초록창 줄거리] 가오 선생님은 슈쿠안 초등학교의 선생님인데 아픈 어머니를 돌보러 한달간 학교를 떠나셔야 했다. 마을의 촌장님은 가오 선생님의 대리 선생으로 나를 추천하셨다. 하지만 선생님은 내가 겨우 13살밖에 안됐고 초등학교밖에 안나왔다는 걸 아시고는 촌장님한테 당장 따지셨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이 마을에는 선생님을 할 사람이 없는 걸. 가오 선생님은 나한테 할 수 있는게 뭐가 있냐고 물으셨다. 난 즉석에서 당의 노래와 율동을 했는데 중간에 그만 까먹고 말았다. 황당해 하시는 선생님. 선생님은 당의 노래를 다 외워서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또 분필 스물 여섯 개를 주면서 아껴쓰라고 하셨다. 급한대로 난 한달 동안만 대리선생이 됐다. 원래 가오 선생님 반에는 40명의 학생이 있었는데 도시로 떠나면서 학생 수가 28명으로 줄어들었다. 선생님은 내게 한 사람의 학생이라도 줄어들어선 안되며 그 약속을 지켜줄 경우엔 10옌을 더 주겠다고 말씀하셨다. 난 성실하게 매일매일 출석부를 부르고 교과서 내용도 열심히 칠판에 적어 받아쓰게 했다. 나한테 중요한건 뭘 가르치냐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한 명이라도 없어지지 않게 할까였다. 그래서 난 칠판에 공부할 내용을 쓰고 나서 교실 문밖에서 감시를 했다. 근데 10살된 장휘거가 늘 말썽이다. 분필을 부러뜨리고 다른 아이들을 못살게 군다. 심지어 대리선생인 나한테까지 개긴다. 그러다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장휘거가 없어진 것이다. 알아보니 장휘거네 집이 너무 가난해서 도시로 돈벌러 갔다고 했다. 그때 가오 선생님의 말이 떠올랐다. '이 학생들은 한 명도 없어서는 안될 소중한 존재다. 절대 줄어들어선 안돼!' 할 수 없이 난 장휘거를 찾아 도시에 가기로 결심한다.

  7. 전체 관람가. 베니스 영화제 황금사자상 및 3개 부문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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