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509) 사랑의 메신저 (The Go-Between, 1971) - 재고 없음

사랑의 메신저 (The Go-Between, 1971)

 

  

  1. 세계 대전이 터지기 전인 19세기 초 영국의 빅토리아 시대를 배경으로, 13살의 레오가 귀족 친구 마르커스의 초청을 받아 고급 별장에 머물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레오는 그곳에서 다양한 귀족들을 만나고 그들의 허례허식을 경험한다. 그 와중에 별장에서 조금 떨어진 농장에서 생계를 유지하는 야성적인 남자 테드를 알게 되고 그와 친구가 된다. 테드는 마침 마르커스의 누나인 마리안과 사랑에 빠진 상태. 레오는 이 둘을 위해 기꺼이 사랑의 메신저가 되어 편지들을 나르는데......

  2. 원작 소설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읽어보지는 못해서 영화에 대한 이야기만 적도록 하겠다. 우선 영화의 스토리는 따라가기가 비교적 쉽다. 보수적인 빅토리아 시대를 배경으로 주변에서는 절대 상상도 할 수 없는 상류층과 하류층의 러브 스토리를 담고 있다. 그리고 조셉 로지 감독은 이러한 러브 스토리를 세계 대전 발발 바로 직전에 위치시킨다. 생각해보라. 체면을 중시하고, 솔직하지 못하고, 음탕한 몇몇 영국 귀족층들의 아집이, 이후 권력층들의 이권 다툼이 낳은 전쟁의 참상과 어떤 식으로 긴밀하게 연결되는지를.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비극적 러브 스토리에, 더 확장시켜 말한다면 비극적 '전쟁'에 끼인 메신저 소년의 상처받은 순수함이 꽤 큰 의미를 시사한다는 것이다. 어른들의 욕망과 거짓말, 허영 사이에서 왔다 갔다 하며 본래의 순수성에 흠집이 생기는 레오를 보고 있자니, 강대국과 약소국, 제 3세계 국가들이 모여있던 세계 대전 때의 몇몇 나라들을 보는 것 같기도 하다.

  3. 어른들의 삼각 관계를 통해 레오가 성장했다고 보는 것은 큰 오산이라고 생각한다. 말만 사랑의 메신저였을 뿐, 사실 상 이용당하고 상처만 받은 메신저였다. 레오의 성장이라기 보단 그냥 어른처럼 늙게 되는 레오의 노화에 가깝다. 마지막 비밀들이 밝혀지는 레오의 생일 파티 장면도 흥미롭다. 생일이라는 개념이 그 당시에도 무척 중요했는데, 비극적 사건을 생일이라는 희극적 사건과 병렬시켜 놓은 감독의 솜씨가 마치 해럴드 핀터의 글들을 읽는 것 같다. 이 생일 파티 장면은 곧바로 레오의 나이 든 모습과 연결된다. 아주 격정적인 피아노 건반음들과 함께 말이다.

  4. 매우 아름다우면서도 스산한 교외 풍경은 마치 타임 캡슐을 타고 시간 여행을 떠난 듯한 느낌을 준다. 그 안에서 벌어지는 조용한 혼돈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 폭탄 같은 인간의 삶을 대변하기도 한다. 후반부가 조금 급작스럽게 끝나는 아쉬움은 있지만, 그래도 뭐, 이 정도면 나름 훌륭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사족이지만, 레오가 시종일관 입고 나오는 링컨 그린 색의 슈트가 정말 예쁘다.

  5. [초록창 줄거리] 1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기 전인 20세기 초 영국의 교외를 배경으로, 13세 소년 레오가 귀족 친구의 초청으로 방학을 보내면서, 친구의 누나인 메를린과 농부인 테드의 밀회를 연결해주는 편지 심부름을 하게 되면서 이를 통해 이해할 수 없는 어른들 세계를 엿보면서 깨닫는 이야기. L.P. 하트리의 '중개인'이 원작이다. 인간 차별을 극도로 혐오하는 것을 작품에 꾸준히 잡아온 감독은 전통과 계급을 중시하는 영국 사회의 답답함을 두 계급간의 갈등으로서, 매우 객관적이고 서정적으로 보여준다. 깊은 동굴처럼 찍어낸 귀족의 대저택의 어두운 회랑, 그리고 위에서 내려다본 교회의 부감 쇼트들은 암울한 분위기를 전달하는 반면, 농부 테드가 등장하는 전원 풍경은 밝고 화사한 야외 장면으로서, 극도의 대비로 계급간의 모습을 보여준다. 대담한 여성역을 맡은 줄리 크리스티는 <닥터 지바고>의 라라역으로 알려진 영국 배우로, 연기력도 좋아 오스카상도 받았다. 상대 농부역의 알란 베이츠는 터프하고 야성적인 남자역을 잘 맡았다.

  6.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 마가렛 라이튼(마가렛 리히튼)이 이 영화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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