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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드라마

D511) 가족 일기 (Family Diary, 1962) - 재고 없음

by 비디오수집가 2020. 12.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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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일기 (Family Diary, 1962)

 

  

  1. 이전에 '검은 영웅 (Seduto Alla Sua Destra, 1968)'을 통해 소개한 바 있었던 숨겨진 이탈리아 명감독 발레리오 추를리니의 수작으로 전설적인 촬영감독 쥬세페 로툰노가 촬영한 그림 같은 포토그라피들이 인상적인 작품이다. 이탈리아 명배우 중 한 명인 마르첼로 마스트로얀니와 젊은 시절의 자끄 페렝 등이 출연하며, 제 2차 세계 대전을 전후로 하여, 쇠락해가는 한 가정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2. 주인공 엔리코는 8살 어린 남동생 로렌조와 재회한다. 로렌조가 태어나자마자 엄마는 세상을 떠나고, 참전 용사였던 아빠마저 병원에 입원하는 동안, 로렌조는 부유한 가정으로 입양된다. 가난한 환경에서 할머니와 자란 엔리코는 이후 로렌조와 연락이 닿고, 과거의 기억과 아픔들을 묻은 채 로렌조와 우정어린 관계를 지속하지만 이들에게도 머지 않아 위기가 닥친다.  

  3. 이탈리아가 50년대 이후 눈부신 경제 성장을 이루기 전, 전쟁으로 전국민이 혼란스러웠을 당시의 엔리코와 로렌조라는 인물 설정이 흥미를 주는 작품이다. 가난한 환경이지만, 할머니와 함께 정을 키우며 따뜻한 마음씨를 간직한 채 자라온 엔리코와 부유한 환경 속에서 다소 까다롭게 성장해 표정 자체에 어둠이 깃든 로렌조. 이 두 명은 이탈리아의 역사 안에서 신구 이데올로기의 상징과 대립으로까지 해석될 수 있는, 그러나 뗄레야 뗄 수 없는 애증의 역사 및 이정표처럼 그려지곤 한다. 곧 목숨이 다해가는 로렌조만 놓고 보자면, 전후를 배경으로 부귀와 독재를 누려온 이탈리아 부르주아들의 몰락을 예고할 것만 같다.

  4. 긴 회상으로 이루어진 스토리 구조와 엔리코의 내러티브가 충분한 감상에 젖게 만들며, 검정색과 갈색의 두드러진 대비가 가져다 주는 시간의 영속성과 덧없음은 영화가 가장 주요하게 다루고 있는 가치들이라고 생각한다. (엔리코의 머리 색깔은 검정색, 로렌조의 머리 색깔은 심지어 갈색이다!) 영화의 여백들 또한 빼놓을 수 없겠는데, 흔히 에토스와 타나토스를 동시에 다루는 영화들이 간과하기 쉬운 여백의 아름다움을 이 영화 안에서만큼은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생각을 해보면, 하나의 공간 안에는 산 자들도 있지만 죽은 자들도 함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공존의 사상이 여백과 그림자를 통해 정성스레 표현된 모습은 가히 박수를 받을만 하다. 실제로 전쟁을 지내며 죽어간 많은 영혼들과 그들의 가족을 생각하면, 이 여백들이 지닌 힘이야말로 실로 크다고 할 수 있겠다.

  5. 한 편의 공들여 만든 이탈리아 네오-클래식 필름을 감상한 느낌이다. 사실 오락 영화에 길들여진 일반 한국 관객들에게는 조금 지루할 수 있다고도 보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의 가치를 발견할 수 있는 한국의 영화 팬들이 더 늘어나기를 기대해 본다. 이탈리아 원제는 'Cronaca familiare'로, 베니스 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 수상 및 2개 부문에서 더 수상을 거둔 바 있다. 국내에는 '패밀리 다이어리' 라는 제목으로도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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